2025년 11월 5일고복희0012
조선 백자 주병

조선은 백자의 나라였습니다. 화려함을 멀리하고 흰빛의 절제를 귀히 여긴 유교적 미감이, 맑은 유백색 그릇으로 빚어졌지요. 그중 주병은 술을 담아 따르던 병입니다. 어깨에서 굽으로 흐르는 너그러운 곡선과 군더더기 없는 면이, 손에 들면 의외로 묵직한 기품으로 다가옵니다. 갓 구운 듯 새하얗기보다 유백에서 회백으로 은은히 가라앉은 흰빛이라, 오래 두고 봐도 눈이 편안하지요. 완벽한 좌우대칭이 아니라 가마의 불을 견디며 살짝 기운 자세, 유약이 도톰하게 고인 자리마저 백자에선 흠이 아니라 표정이 됩니다. 사람의 손과 불이 함께 만든, 둘로 같지 않은 흰빛입니다.
오늘은 술병으로 쓰지 않아도 좋습니다. 들꽃 한두 줄기를 꽂으면 그대로 한 폭의 정물이 되고, 빈 채로 두어도 흰빛이 공간의 여백을 잡아 줍니다. 여러 점을 크기순으로 모아 두면 흰빛의 농담이 만드는 잔잔한 리듬이 또 다른 멋이 되지요. 백자의 절제된 단순함은 오늘의 미니멀리즘과 깊이 통해, 안목 있는 이들이 곁에 두고 싶어 하는 형태이기도 합니다.
고복희는 백자를 ‘비어 있을 때 가장 충만한 그릇’이라 부릅니다. 채우지 않아 오히려 가득 찬, 흰빛의 너그러움입니다.
박물관 속 유사 소장품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에서 ‘백자 주병’로 검색해 만난 소장품들입니다. 생김새를 견주어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참조 이미지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emuseum.go.kr) — 소장 기관은 각 캡션에 표기했습니다. 이미지를 누르면 해당 소장품 상세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상세 정보
- 소장품번호
- 고복희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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