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10일고복희0016
조선 백자 제기, 굽 높은 원형 접시 - 현생을 살아가는 우리의 복을 기원

몇 년 전부터 저는 이 녀석들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골동 가게나 치열한 경매장 어딜 가든, 사람들의 시선은 온통 크고 둥근 달항아리에만 쏠려 있거든요. 다들 그 위대한 존재감만 찾느라 바쁠 때, 저는 남몰래 미소 지으며 이 아름다운 기물들을 하나둘 모을 수 있었어요.
이 녀석은 18~19세기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백자 굽 높은 원형 접시'입니다. 조상님을 모시는 제사상에 올랐던 어엿한 제기(祭器)에요. 길쭉하고 우아한 굽 위에 끝이 살짝 올라간 원형 접시가 단정하게 얹힌 모습이죠. 이 모습이 저는 달항아리가 주는 묵직함과 달리 소박하면서도 가볍게 다가오는 모습에 끌렸던 것 같습니다.
그 옛날 조상들이 밤하늘 달을 보며 기원하는 그 마음을 상상하면 이 접시가 은은하게 퍼지는 달무리가 상상되어, 저는 이 접시에 '달 무리 접시'라는 이름을 붙여줬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이 소박한 조선의 접시가 전세계 옥션에서 어마어마한 몸값을 자랑하는 그 위대한 달항아리와 완벽하게 같은 흙, 같은 유약으로, 심지어 같은 곳에서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 뼈대 있는 조선의 백자 접시를 우리의 일상에선 어떻게 쓰면 좋을까요?
원래 제기에는 조상님께 바치는 감사의 마음과, 현생을 살아가는 우리의 복을 기원하는 간절함이 담겨 있습니다. 그 아름다운 본래의 목적에 맞게, 내게 행운을 가져다줄 것들 혹은 나의 안녕을 바라는 물건들을 가만히 올려두는 용도로 써보는 건 어떨까요?
실제로 우리 고복희의 손님 중 한 분의 유쾌한 활용법을 소개해 드릴게요. 차를 여러 대 가지고 계신 분인데, 이 접시를 여러 개 데려가시더니 하나에는 1번 차 키, 다른 하나에는 2번 차 키, 또 다른 하나에는 3번 바이크 키를 척척 올려두고 기분 좋게 라이딩을 즐기시더라고요.
매일 아침 집을 나설 때마다 수백 년 전 조선 백자의 기운을 받으며 시동을 거는 기분이겠죠? 오래된 조선의 도자기 위에 현대의 자동차와 바이크 키가 무심하게 얹혀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매력적인 장면도 되는 것 같아요.
꼭 거창한 물건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매일 사용하는 향수, 집 열쇠나 귀걸이, 볼 때마다 기분 좋거나 감사한 마음이 드는 작은 물건도 훌륭해요. 조선의 백자를 박물관 유리관 속에 고이 모셔두는 대신, 내 방 한편에서 매일 나의 복을 빌어주는 나만의 다정한 단상으로 곁에 두어 보세요.
저처럼요. :-)
박물관 속 유사 소장품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에서 ‘백자 제기’로 검색해 만난 소장품들입니다. 생김새를 견주어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백자제기경남대학교 박물관 · 소장 120247
백자제기경남대학교 박물관 · 소장 120246
백자제기경남대학교 박물관 · 소장 120236
백자제기경남대학교 박물관 · 소장 120234
참조 이미지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emuseum.go.kr) — 소장 기관은 각 캡션에 표기했습니다. 이미지를 누르면 해당 소장품 상세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상세 정보
- 시대
- 18~19세기 (조선)
- 재료
- 백자(白磁)
- 크기
- Ø 10–24 cm · H 5–9 cm
- 용도
- 제기(祭器) · 제사·차례상
- 조형 특징
- 굽 높은 원형 접시
- 거래
- 판매 가능
- 소장품번호
- 고복희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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