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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17일고복희0015

조선 흑유 주자

Black-glazed Spouted Vessel

흑유는 철분이 많은 유약을 입혀 검게 구워 낸 도자입니다. 희고 귀한 백자가 사대부의 그릇이었다면, 깊은 흑갈색 흑유 그릇은 술이나 기름·간장을 담아 두던 살림의 그릇에 가까웠지요. 이 주자는 둥근 몸 한쪽에 길쭉한 주구(귀때)를 단 형태로, 액체를 흘리지 않고 가늘게 따르도록 고안된 옛사람의 실용이 담겼습니다. 빛을 머금어 그윽하게 가라앉는 흑갈색 유면, 유약이 흐르다 멈춘 자리의 짙고 옅은 농담이 그 자체로 무늬가 되지요. 요란하지 않아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은 검이불루(儉而不陋)의 미감입니다.

오늘의 공간에서 흑유 주자는 색의 균형을 잡아 줍니다. 밝은 백자와 나무 사이에 검은 한 점을 두면 화면에 깊이가 생기지요. 옆으로 뻗은 주구의 실루엣이 단순한 형태에 표정을 더해, 빈 채로 두어도 작은 조각처럼 보입니다. 들꽃 한 줄기를 꽂아도 좋고, 그저 두어도 묵직한 존재감을 냅니다.

고복희는 흑유를 ‘조용히 무게를 잡는 색’이라 부릅니다. 가장 어두운 한 점이, 곁에 둔 흰빛과 나뭇빛을 한층 또렷하게 살려 주니까요.

박물관 속 유사 소장품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에서 ‘흑유 병’로 검색해 만난 소장품들입니다. 생김새를 견주어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흑유병 — 경남대학교 박물관 소장 흑유병
경남대학교 박물관 · 소장 120323
흑유병 — 창녕박물관 소장 흑유병
창녕박물관 · 창박위임 393
흑유병 — 창녕박물관 소장 흑유병
창녕박물관 · 창박위임 1508
흑유병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흑유병
국립중앙박물관 · 건희 5630

참조 이미지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emuseum.go.kr) — 소장 기관은 각 캡션에 표기했습니다. 이미지를 누르면 해당 소장품 상세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상세 정보

소장품번호
고복희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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