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17일고복희0037 舊藏
아궁이 불막이 - 부엌 신의 얼굴, 진품명품에 나오다

얼굴부터 소개하겠습니다. 둥근 이마, 짙은 눈썹, 오똑한 코, 그리고 꾹 다문 입 — 조선 부엌의 ‘아궁이 불막이’입니다. 불을 때지 않을 때 아궁이 입구를 막아 바람과 재를 막던 질그릇 덮개인데, 이 아이는 거기에 얼굴을 빚어 넣었습니다.
왜 하필 얼굴일까요. 옛 부엌에는 조왕신(竈王神)이 살았습니다. 가족의 건강과 장수, 살림살이를 돌보는 부엌의 신이지요. 아궁이는 그 조왕신의 자리 — 그러니 아궁이를 막는 뚜껑에도 신의 얼굴을 모신 셈입니다. 조왕신이 연말이면 하늘로 올라가 집안 사정을 옥황상제께 낱낱이 보고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아궁이 입구에 엿을 발라 그 길을 막았다는 능청스러운 풍습도 전해집니다. 고자질만은 막고 싶었던 조선 사람들의 귀여운 꾀입니다.
이 아이는 이력도 화려합니다. KBS 〈TV쇼 진품명품〉 ‘아궁이 막이와 등잔대’ 편에 출연해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귀한 유물”이라는 평을 받았거든요. 방송에 나온 그 얼굴이 바로 이 얼굴입니다.
KBS 〈TV쇼 진품명품〉 ‘아궁이 막이와 등잔대’ 편 방송 화면 — 출처: KBS TV쇼 진품명품
그리고 지금, 이 불막이는 카멜커피 서촌점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좋은 분, 좋은 공간 — 게다가 불과 요리, 음식을 다루는 집으로 입양을 갔으니, 조왕신의 얼굴로서는 이보다 어울리는 부임지가 없지요. 백 년 전 부엌의 불을 지키던 얼굴이, 오늘은 에스프레소 머신 곁에서 커피 내리는 불을 지켜봅니다. 원두 갈리는 소리쯤은 아궁이 장작 소리에 비하면 자장가겠지요.
카멜커피 서촌점에서 — 커피 머신 곁, 선반 위의 불막이. 카멜커피 인스타그램
박물관 속 유사 소장품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에서 ‘불막이’로 검색해 만난 소장품들입니다. 생김새를 견주어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참조 이미지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emuseum.go.kr) — 소장 기관은 각 캡션에 표기했습니다. 이미지를 누르면 해당 소장품 상세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서촌에서 커피 한 잔 하실 일이 있다면, 카운터의 이 얼굴에게도 눈인사를 건네 보세요. 건강과 장수를 돌보던 신의 자리이니, 눈 한 번 맞추는 값으로는 꽤 남는 장사입니다. :-)
상세 정보
- 시대
- 조선 후기
- 재료
- 도기(질그릇)
- 용도
- 아궁이 불막이 — 아궁이 입구를 막던 덮개, 조왕 신앙의 기물
- 조형 특징
- 반원형 돔에 눈썹·눈·코·입을 부조로 빚은 얼굴
- 거래
- 판매 완료 — 구장(舊藏)
- 소장품번호
- 고복희0037 舊藏
스타일링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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