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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20일고복희0026

조선 후기 향탁·향상 - 향 한 줄기를 위해 지은 검은 옻칠 상

조선 후기 향탁(향상) — 구름 운각을 두른 검은 옻칠 상

골동 가게를 다니다 보면 소반은 늘 인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 곁에 다리가 길고 몸이 단정한 아이들이 조용히 서 있는 걸 아시나요? 대부분은 그냥 지나치시지만, 저는 이 아이들을 만나면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습니다. 

이 녀석은 조선 후기에 만들어진 ‘향탁(香卓)’, 다른 이름으로는 ‘향상(香床)’입니다. 제례나 불전에서 향로와 향합을 올려두던, 오직 향(香)만을 위한 작은 상이에요. 검게 옻칠한 몸체에, 상판 아래로는 구름이 흘러가듯 곡선으로 깎아 낸 운각 장식이 둘려 있고, 곧게 뻗은 네 다리는 두 단의 가로대로 단단하게 짜여 있습니다. 화려한 장석 하나 없이도 이 검은 실루엣 하나로 공간의 공기가 달라집니다.

재미있는 건, 향탁이 가장 귀한 것을 가장 단순한 몸으로 받치는 가구라는 점이에요. 제사상 앞에 따로 놓여 향로 하나, 향합 하나만을 모셨습니다. 밥도 술도 아닌, 눈에 보이지도 않는 향 연기 한 줄기를 위해 상 하나를 통째로 지어 바친 셈이지요. 조선 목가구의 염치와 정성이 이 작은 상에 다 담겨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박물관 속 향탁·향상들

실제로 박물관 수장고에도 이런 향탁·향상이 여럿 남아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에서 ‘향탁’으로 검색하면 만날 수 있는 아이들을 몇 점 모셔와 봤어요. 지역과 쓰임에 따라 생김새가 조금씩 다른 걸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향상(香床) — 안동시립민속박물관 소장 향상(香床)
안동시립민속박물관 · 기증 157
향상(香床) — 안동시립민속박물관 소장 향상(香床)
안동시립민속박물관 · 구입 577
향상(香床) —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향상(香床)
국립민속박물관 · 민속 63344
향상(香床) —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향상(香床)
국립민속박물관 · 민속 34216
향상(香床) —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향상(香床)
국립민속박물관 · 민속 69104
향탁 — 해녀박물관 소장 향탁
해녀박물관 · 민속 1252
나전연화현무문화형향탁 상면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나전연화현무문화형향탁 상면
국립중앙박물관 · 건판 34947
나전연화현무문화형향탁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나전연화현무문화형향탁
국립중앙박물관 · 건판 34946

참조 이미지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emuseum.go.kr) — 소장 기관은 각 캡션에 표기했습니다. 이미지를 누르면 해당 소장품 상세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그렇다면 이 향탁을 우리의 일상에선 어떻게 쓰면 좋을까요? 저는 본래의 쓰임 그대로, 향을 피우는 자리로 쓰시길 가장 권합니다. 현관 옆이나 창가에 두고, 좋아하는 인센스 홀더와 작은 접시 하나를 올려 보세요. 수백 년 전 조선의 장인이 ‘향을 위해’ 지은 상 위에서 오늘의 향이 다시 피어오르는 거죠.

물론 꼭 향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침대 곁의 협탁으로, 화병 하나를 올리는 받침으로, 아끼는 오브제의 단(壇)으로도 훌륭해요. 몸이 아담하고 실루엣이 단정해서, 어떤 공간에 두어도 제 몫의 고요를 만들어 냅니다.

저희 가게에서도 이 아이 위에 향 하나를 피워 두곤 합니다. 마음이 소란한 날, 향탁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러 오세요. :-) 

상세 정보

시대
조선 후기, 18~19세기
재료
목재, 흑칠(옻칠)
용도
향탁(香卓)·향상(香床) — 제례·불전에서 향로·향합 받침
조형 특징
구름 모양 운각을 두른 검은 옻칠 상판, 두 단 가로대로 짠 곧은 다리
소장품번호
고복희0026

스타일링 제안

현관·창가의 인센스 스테이션, 화병·오브제 받침, 침실 협탁

관련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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